하늘을 치솟은 게임성,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리뷰
지난 5일,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를 챕터 4까지 진행한 후, 꼽아본 이 게임의 기대 이유 3가지입니다.
1. '바이오쇼크1' 핵심 개발자 '켄 레빈'의 복귀작.
2. 시리즈 중 가장 뛰어난 배경 상호작용 구현.
3. 더욱 강렬해진 액션성.
이 외에도 장점은 많았지만, 일단 확정지을 수 있는 것은 위 3개입니다. 개인적으로 패키지 게임 특유의 딱 떨어지는 맛을 선호하긴 하지만, 이를 감안하고서라도 역시 '클래스'는 달랐습니다.
워낙 '바이오쇼크1'을 인상깊게 즐겨서일까. '바이오쇼크 인피니트'가 처음 공개됐을 때도 굳이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항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직업이지만, 이 게임은 그런 시각을 잠시 접어두게 만드는 자격이 있습니다. 전작들이 너무 출중했으니까. 이번 작품 역시 전작들 못지 않은, 아니 '바이오쇼크1'만큼 끌리는 배경 이야기를 갖췄습니다. 간단하게 들려드리겠습니다.
말 그대로 도시가 공중에 떠 있습니다. 하나의 거대한 섬이 떠있는 것이 아닌, 동 단위의 여러 섬이 하늘에 둥둥 떠있습니다. 스팀펑크 냄새 물씬 나는 동력기계장치를 이용해 뉴턴의 중력 법칙을 철저히 무시하는 이 섬들은, 롤러코스터 비슷한 트랙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시민들은 모노레일을 통해 섬과 섬 사이를 이동합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미국의 자부심이 낳은 공중 도시 '콜럼비아'. 하지만, 그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벌어졌습니다. '컴스탁'이라는 이름의 장군이 등장해 '콜럼비아'를 점령, 미국이 벌인 역사적 전투의 승전보를 모두 자신의 공으로 돌렸습니다. 역사를 왜곡하며 급부상한 '컴스탁'은 '콜럼비아' 주민들 사이에서 강력한 우상으로 떠올랐고, 정치 뿐 아니라 종교적 가치까지 스스로에게 부여하며 공중 도시의 신이자 아버지로 군림합니다.
철저히 폐쇄적인 환경, 그리고 하늘이라는 천혜의 위치까지 등에 업은 '콜럼비아'는 이제 미국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규모로 성장합니다. 몇 차례 미국과 회담이 오갔으나 컴스탁의 '콜럼비아'는 완고했습니다. 미국이 건설한 도시가 아닌 자주적 나라로 인정받길 원한 것. 결국 '콜럼비아'와 미국의 갈등은 극에 달하게 되고, '콜럼비아'는 초대형 비공정들을 대량 투입해 미국을 습격합니다. 그리고 도시를 이동해 중국까지 위협합니다.
유저가 플레이 할 주인공은 '부커 드윗'(Booker DeWitt)이라는 이름의 전직 사립탐정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그저 빚에 뒤덮여 허덕이며 오늘내일하는 신세. 하루하루 안 굶는 정도에 감사하며 살던 부커에게 한 쌍의 채무업자가 다가옵니다. 그들은 '컴스탁'과 하나가 되어버린 이 디스토피아에서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의 여성을 찾아 뉴욕으로 데려오면 당신을 괴롭히는 일렬의 사건들과 빚까지 모두 말소시켜 줄 것이라며 유혹합니다. 그는 곧바로 '콜럼비아'로 떠나지만, 엘리자베스를 찾는 과정에서 수많은 과제와 수수께끼들을 직면하게 되고,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컴스탁'의 정체, 그리고 '콜럼비아'와 엘리자베스의 비밀을 하나 둘 깨닫게 됩니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의 배경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디스토피아지만, 확연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철저한 무정부주의에 어두운 배경을 띄고 있던 수중도시 '랩처'에 반해, '콜럼비아'는 정부가 존재하며(비록 독재정치라도) 시민들 역시 나름의 규율에 의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프라이프2'에 비하면 약간 더 자유로운 분위기, 하지만 '콜럼비아' 역시 기본은 사회 체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점은 배경 면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바이오쇼크1,2'의 '랩처'는 아름답긴 했지만 우울했습니다. 심해라는 환경 특성상 어두웠습니다. 플레이어가 볼 수 있었던 빛이라... 개인적으로는 꿈뻑꿈뻑 꺼질듯 말 듯한 네온사인, 물 사이로 비치는 희미한 태양 빛, 그리고 적을 쏘는 순간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섬광 정도만 기억납니다.
하지만 '콜럼비아'는 밝습니다. 플레이어는 '바이오쇼크'의 랜드마크인 등대에서 시작해 의자 하나 달랑 붙어있는 로켓을 타고 하늘로 치솟습니다. 구름을 뚫는 순간 로켓 창 밖에 비친 '콜럼비아'는 환상이란 표현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외형적으로는 '유토피아'에 가깝우며, 누구라도 살고 싶어할 만한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차이는 여러가지 의미를 담습니다. 철저한 어둠으로 밀폐적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던 전작들과 다르게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자유롭습니다. 귓볼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이 느껴질 정도로 청명한 느낌이 가득하고 오히려 이렇기에 더욱 오묘한 분위기가 완성됐습니다. '바이오쇼크' 시리즈의 공통점인 예술적 배경 감각이 '인피니트'(무한대)에 접어들었고, 이는 전작들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낳습니다. 플레이 자체와 이야기에서 오는 무게감이 매우 큰 게임이기에 진행을 하면 할수록 밝은 배경이 한없이 어둡게만 느껴집니다.
자, 외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게임 내적으로도 할 이야기는 산더미니까요.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를 3시간 30분 가량 즐기며 가장 놀랐던 게 훨씬 강화된 액션과 연출이었습니다. '수위 보니 우리 꿈나무 게이머들은 콜럼비아 구경조차 못하겠구만' 이라는 생각이 바로 들 정도.
몽키스패너로 적에게 핵꿀밤을 먹이던 '바이오쇼크1'과는 다르습니다. 부커는 보기만해도 무시무시한 휴대용 믹서기로 상대를 갈아버립니다. 근접 공격의 연출이 꽤나 다양하고, 강렬해 한 번 보면 쉽게 잊혀지질 않습니다. 죽는 씬이 워낙 다양해 '얘는 나를 어떻게 죽일까'라는 상상력을 키워 주던 '데드스페이스'와 대등한 수준의 연출이 화면 가득히 퍼집니다.
총기 역시 1900년대 초반 볼 수 있을 법한 무기들로 디자인되어 있는데, 제법 종류가 다양합니다. 타격감은 예전부터 괜찮은 편이었지만 '인피니트'에서는 한 층 강화됐습니다. 특히 샷건 류는 쏘는 순간 손보다 심장이 먼저 반응할 정도로 느낌이 좋으니 추천하는 바입니다.
'바이오쇼크' 시리즈의 상징인 초능력은 이번 시리즈도 건재합니다. 인상깊은 초능력을 꼽으라면 역시 적을 아군으로 '꼬드기는' 능력. 이 기술을 사용하면 사랑 한 가득 품은 초록색 물체가 하늘하늘 거리며 적에게 날아가는데, 이를 맞은 적은 곧바로 자신의 죄를 뇌우치고 플레이어 편으로 돌아섭니다. 일정 시간동안 다른 적들을 찾아 공격하고, 더이상 상대할 적이 없어지면 스스로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고 목숨을 끊습니다.
이 기술로 해킹도 할 수 있습니다. 체력회복제나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에너지원를 판매하는 자판기나 게틀링 건 로봇에 초록색 유령을 맞히면, 자판기는 지금껏 모아뒀던 동전을 쏟아내고, 게틀링 건 로봇은 적이 등장하는 족족 벌집을 만들어 대령합니다.
이 외에 '파이어 볼' 및 '파이어 트랩', 그리고 까마귀 떼를 날려 적들을 단체로 생존 댄스를 추게 만드는 기술도 시연 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까마귀 떼는 많은 적이 몰려 있을 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다, 잠시 적의 주위를 돌릴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았습니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에는 플레이어를 유리한 고지에 세우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마련됐습니다. 시연 버전에서는 총 3개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까도 언급한 섬과 섬을 연결하는 '트랙', 그리고 대부분의 오브젝트에 담겨 있는 아이템들, 마지막으로 히로인 '엘리자베스'의 다양한 능력들로 구분 가능합니다.
먼저 '트랙'이습니다. 부커의 믹서기는 적을 갈아 없애는 근접 무기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트랙에 걸고 빠른 이동을 돕기도 합니다. 배경 요소요소에 이러한 트랙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이요할 시 마치 롤러 코스터를 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늘이라는 광대한 배경을 제대로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콘텐츠임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게다가 롤러 코스터를 타는 도중 적 위로 훌쩍 뛰어내려 단숨에 찍어 누르는 액션도 활용 가능합니다.
두 번째 요소는 '바이오쇼크' 시리즈 전반에 깔려 있는 맵 탐사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전 작품들도 서랍 속 동전을 뒤지거나 드럼통 속에 있는 포도주로 전투의 고달픔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피니트'에서는 이런 배경 속 아이템이 훨씬 잦은 빈도로 등장해 부커의 본직인 사립탐정의 본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코를 땅에 붙인 채 이동하는 강아지처럼 맵 구석구석을 뒤져야만 게임 후반부에 '완전체'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요소는 엘리자베스와의 상호작용인데, 이는 '인피니트'에서 선보이는 색다른 콘텐츠입니다. 부커가 적 총알 세례를 대인의 마음으로 받아준 나머지 체력이 너덜너덜해졌다고 가정해보면 구석에 숨어있던 엘리자베스가 쏜살같이 나타나 빵을 던져주고 잽싸게 사라진니다. 엘리자베스는 마치 우렁각시처럼 게임 전반에 걸쳐 부커를 보필합니다. 포션을 먹고 싶은 우리의 부커. 하지만 주머니에 동전이 떨어졌다면? 걱정할 것 없습니다. 어디서 돈을 구해오는지, 엘리자베스가 쌈짓돈을 냉큼 내어 주니까요. 내 여자친구도 엘리자베스 좀 보고 배웠으면 싶을 정도로 그녀는 헌신적이었습니다.
엘리자베스의 능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녀는 주인공 못지 않은 초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무려 시공간을 열어 과거나 미래의 오브젝트를 현재로 끌어다 놓는 것. 이를 이용해 플레이어는 높은 담장도 단숨에 넘어갈 수 있고, 과거 설치되어 있던 게틀링 건 로봇도 현세에 끌어와 적을 공격하도록 명령할 수도 있습니다. 게임을 클리어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기에 빠르게 숙지하는 게 중요하고, 플레이어로 하여금 다방면으로 사고할 만한 여지를 마련해 줍니다.
마지막으로 게임에 감동 받아본 때가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다시 한 번 감동을 토해낼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게임이 다른 어떤 장르에도 뒤쳐지지 않는 종합 예술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길 바랍니다. 이 게임은 그 정도의 자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의 최신 영상을 첨부합니다.
*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PS3, XBOX360, PC로 출시 예정이며, 정식 출시일은 3월 26일입니다. 한글화는 아직 미정입니다.
[ ▲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세계관 소개 영상 ]
[ ▲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산업혁명 트레일러 영상 ]